국립중앙박물관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전시 그래픽 진행 / 정진열(AI디자인학과) 교수
AI디자인학과 정진열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Art of Early Joseon: Masterpieces from the 15th and 16th Century』의 전시 시각 디자인을 맡아, 조선 전기라는 역사적 전환기의 정신과 구조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출범한 이후 약 200년간 형성된 예술과 문화의 정체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으로, 국보 및 보물급 유물은 물론, 세계 유수 박물관에서 초청된 해외 미공개 소장품들까지 포함된 대규모 전시다.
유교적 이상과 불교적 신앙, 민중의 삶이라는 다층적 구조가 조선 전기 미술에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시각적 질서와 조형 감각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점에서, 이 전시는 미술사적 뿐 아니라 문화사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 교수는 이러한 전시의 의도를 시각적으로 제현하기 위해, 단순히 유물의 형식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가의 탄생’이라는 시대의 정동과 철학을 시각 구조로 치환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포스터의 중심 형상은 ‘새나라’라는 말 속 ‘새’의 자소에서 출발해 조선 문인화의 산 능선(ㅅ), 백자·분청의 유려한 곡선(ㅐ) 등으로 변주되며, 문인, 민중, 불교라는 조선 전기의 삼중 질서를 추상적으로 압축한다. 암석의 거친 질감과 절제된 선형 요소의 대비, 먹·백·금으로 한정된 색채 운용은 조선 전기 미술의 정제성과 이념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관객이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각적 여백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디자인이 정보를 넘어서 사유를 열어주는 장치가 되기를 바랐다”고 밝히며, 이번 작업이 시각예술의 범주를 넘어 시대의 질서와 감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전시 언어’로 기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