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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탄핵심판 이후의 역사적 의무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미뤄지면서 연일 전국이 들끓고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국민의 권리이니 나무랄 수는 없지만, 국민을 대신해 격동의 시기에 국가 안위와 경쟁력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국회의원들마저 거리로 나서 탄핵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언론과 방송에서는 저마다 탄핵 선고 기일이나 결과를 예측하거나 선고가 미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분석하고 있다. 헌재의 평의는 철저한 비밀 속에 진행되고 있으니, 모두가 각자의 입장과 이익에 따른 계산된 예측을 시도할 뿐이다.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도, 변호사나 전직 헌법재판소 연구관들도, 모두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마치 중립적 의견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을 호도하거나, 여러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런 가운데 한덕수 총리와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겹치면서 어느 쪽이 먼저 선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심해지고 있다.

 

필자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선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9건의 탄핵을 남발한 민주당이 언제든 최상목 권한대행을 탄핵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가 국회의원 과반수냐, 아니면 2/3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만의 탄핵 의결로 또다시 대한민국이 리더십 부재에 빠져들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된다면 별 문제지만, 만일 인용되고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면, 의결정족수 문제가 또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 총리의 탄핵 선고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결정족수 문제를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이유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수단으로 한 경제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이나 동맹 관계에 상관없는 무차별적 경제전쟁이 이미 선포됐고,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타깃 중 하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통상교섭본부장에 주미대사를 역임한 대미통상 전문가로 지금 이 시점에 우리의 국익 보호에 반드시, 그것도 시급히 필요한 인물이다. 변론기일 단 한 차례, 그것도 달랑 90분 만에 끝내놓고 선고를 미루는 것은 유능한 인재를 버려두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국내의 정치적 혼란 속에 우린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 의해 '민감국가'에 지정된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주미대사관과 외교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교섭본부는 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미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정된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를 전 세계에 광범위한 정보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들이나 국가정보원도 몰랐다니 할 말이 없다.

 

유일 패권 국가이자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면, 한미관계를 근본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소리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험난한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국제 변화에 긴밀히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국익을 잃고 난 후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래서 더욱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건의 결론을 서둘러야 한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다. 이를 수용한다, 혹은 수용하지 않는다고 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당장 분노를 참지 못해 또다시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폭력적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자체로 이 나라의 운명은 나락으로 치달을 것이다. 어떤 결론이든 헌재의 최종 판결 위에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이끌 역사적 의무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